고객들은 상품을 보는가, 상품을 보는 스스로를 보는가?
가게는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 경쟁사보다 얼마나 뛰어난지를 홍보하고, 우리 물건이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려고 한다. 고객들에게 이 물건이 얼마나 뛰어난지 소개하기 바쁘며, 물건에 대한 홍보가 주를 이루게 된다.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 상품의 가치를 앞세우는 것인데, 이것이 사실 쉽지가 않다. 소비자가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나 장점만으로 마음이 생겨서 구매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까닭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상품을 고객이 어떻게 즐기게 하는지이다. 고객이 우리 상품을 있는 그대로 즐기면 새로운 경험의 장에 빠지고 어느새 본인의 취향과 관심을 확인하면서 상품은 고객의 마음에 들어가게 된다. 서비스의 기획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단순히 고객을 위한다는 말뿐이 아닌 UX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꼼꼼히 신경쓰는지가 중요하다. 이 책의 저자 '시티호퍼스'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도쿄를 방문하며 여러 아이템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 사용자의 경험을 반짝 빛나게 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더 라벨 푸루트
'더 라벨 푸루트'는 평범한 과일 우유 병에다가 라벨을 붙여 과일 우유를 차별화했다.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는 과정에서 이 라벨에 이름 등을 넣을 수 있다. 이 라벨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객단가가 올라간다. (5천원 → 1만원) 위의 오른쪽 사진을 보면 용량, 베이스, 토핑, 당도 등을 개인화할 수 있는데 특별한 메시지도 추가할 수 있다. 라벨에는 기본적으로 ‘This is especially for you’ 라는 메시지가 있다. 여기서 맞춤화할 수 있는 영역은 라벨의 패턴, 중앙에 있는 이름, 그리고 하단의 컬러 정도이다. 540원을 더 내면 추가 서비스가 있다. 남들과 다른 스티커를 붙일 수 있다. 그 종류로는 아래와 같이 있다.
- 사랑 - I love you so much / I’m in love with you / I’m crazy about you
- 생일 - Happy Birthday
- I’m always on your side
- Live well, Laugh often, Love much
- Always choose happiness
- Change before you have to
과일 우유 병에 이름을 묻고 본인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했더니 계획에 없던 수요가 몰려들었다.메뉴를 제공해줄 때 도 전혀 평범하지 않다. 왼쪽 사진이 무인 셀프 수령할 수 있는 캐비닛인데 차례가 되면 불이 반짝이면서 띵동 소리와 함께 다른 병들은 좌우로 흔들리고 내가 주문한 병이 반짝이다. 차례가 된 게 아니라 그 순간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장인간장
간장 편집숍이 간장 100ml로만 파는 이유
간장이 아무리 맛이 뛰어나다 해도 간장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 간장은 어디까지나 음식을 위한 조연이다. 그래서 장인간장에서는 간장의 맛을 강조하기를 접어두었다. 그보다 간장을 '곁들이는 상황'을 중심으로 고객을 불러낸다. 예를 들어, '타마리Tamari'카테고리의 간장은 데리야끼 등에 잘 어울리고, ‘사이시코미Saishikomi’ 카테고리는 붉은 사시미, 스테이크, 카레라이스 등에 적합하며, ‘우스쿠치Usukuchi’ 카테고리는 야채처럼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데 필요한 간장이라는 식이다. 사용용도를 제안하니 고객이 브랜드와 가격 정보를 뒷전으로 밀어 두고 오롯이 간장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고객들이 간장을 사면서 중요시 여기는 건 간장을 즐기는 상황이지 간장 그 자체가 아니다. 그렇게 장인간장은 장인들과 소비자들의 ‘연결하는 자’로서 모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진출처] 롯데웰푸드 뉴스자료실
요즘 성수동에서 난리난 팝업스토어가 그러하다. 특히 가나초콜릿이라는 아주 오래된 간식거리를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초콜릿을 주제로 한 디저트 카페를 운영 중이다. 가나초콜릿을 활용한 이색적인 디저트, 음료를 맛볼 수 있다.
노즈숍
‘향수 뽑기’를 시그니처로, 시장의 허를 찌른 향수 편집숍
향수 브랜드 ‘366’은 향수를 고르는 기준을 바꿨다. 향기에서 '날짜'로 갔다. 패키지에 날짜를 적어놓고 생일이나 기념일에 해당하는 향수를 바로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나아가 ‘모두의 코’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향을 더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고객이 참여하여 코로 느낀 향을 말로 표현하면서 향에 단어를 붙이는 시도이다. ‘맑은 날의 정원 웨딩’, ‘비가 오는 깊은 숲’, ‘찬물에 녹인 흰 비누와 깨끗한 시트’, ‘어른의 여유를 느끼는 향기’, ‘따뜻한 담요’와 같은 것들이 있다. 전문 용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언어로 바뀌자 고객들은 운명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향수에게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고객 맞춤화하고 타겟팅을 명확하게 하기
긴자 오노데라
일본 스시 업계는 저가 회전 스시와 고급 스시로 양분화되어 있다. 회전 스시집은 물고기를 대량으로 양식해 원가를 낮추고, 점포 운영을 효율화해 스시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고급 스시집들 대부분은 오랜 기간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셰프가 더 좋은횟감을 사용해 주로 소규모, 그리고 예약제로 운영된다.저가와 고가로 양분화된 시장에서 비즈니스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고급 제품을 중가의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긴자 오노데라는 업의 구조를 꿰뚫고 큰 사이즈의 자연산 물고기를 사용한다. 고급 식당은 작은 사이즈의 자연산만, 회전스시 식당은 양식 혹은 수입산만 수요가 있기에 수산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생물이 어떤 것인지 분석한 것이다.
로열블루티
와인병에 차를 담아, 없던 시장을 연 티하우스
로열블루티는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고급 차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고급 차를 우려내 플라스틱병이 아니라 와인병에 담아서 판매한다.가장 저렴한 차는 3만8천원, 가장 비싼 차는 600만원 정도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차를 접할 수 있는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고급 호텔 파인 다이닝, 비행기 일등석 등 구매력이 높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중심으로 납품하기로 했다. 일반 소비자 대상의 판매도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등 고급 백화점으로 한정했다. 와인병에 적합한 혹은 어울리는 가치 제안을 했기에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스마도리 바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도, 술을 마시기 싫은 사람도 어우러질 수 있는 논알콜 바이다. 그러나 100가지가 넘는 메뉴 앞에서 술을 별로 마셔 보지 않은 사람이 자신의 입맞에 맞는 칵테일을 찾기란 까다로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스마도리 바는 술 메뉴 자체가 낯선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려 ‘Drink Map’을 만들었다.
- 달콤한 맛과 청량한 맛이 가로축 (Sweet - Clear)
- 부드러운 맛과 강렬한 맛 (Mellow - Bitter)
다양한 음주 스타일을 존중하는 사회를 목표로 하며 스마도리 바는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는 전략을 펼친다.
와인 앳 에비스


와인을 전혀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와인 바이다. 와인을 무작정 고르게 하지 않고 테스트를 통해 와인 선택을 도와준다. 또한 자체적으로 개발한 카테고리로 와인을 분류해 다양한 와인을 유형화해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다가 시음에 적합한 용량과 가격으로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해 추천된 와인이 실제 입맛에 맞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고객 평가를 다시 알고리즘에 반영하면서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출처] 퇴사준비생의 도쿄 2, 시티호퍼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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